앞에서는 자살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문제는 정말로 모든 상황에서 절대적으로 자살을 금지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그러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정말 예외적으로 삶을 놓아주거나, 죽음을 앞당기는 행위를 허용해줄 수 있고, 허용해줘야 하는 상황도 있지 않겠냐는 물음이 우리를 따라온다.
어떻게 죽고 싶은가?
어떻게 죽고 싶은지에 대해서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자듯 편안한 죽음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천수를 누리고 세상을 떠났을 때 우리는 감히 호상이라는 말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른바 그런 '좋은 죽음'이 모든 이에게 허용되는 게 아니라는 데에 있다.
죽음의 고통
만약 우리의 죽음이 언제나 고통 없이, 그리고 작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면 이런 고민이 별로 필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죽음은 많은 경우 고통스럽게 끝난다.
모든 연령층에서 암과 같은 질병은 굉장히 높은 비중으로 사망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질병으로 숨을 거두는 경우에는 아무래도 극심한 고통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적극적 안락사는 약물의 주입까지 의사가 진행하는 경우이고, 조력자살은 약물의 주입이나 복용을 당사자가 스스로 할 수 있게 세팅을 해주는 경우를 말한다. 스위스는 정말 본인의 의사만 있다면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해주는구나 -_-; 다만 다른 나라들의 경우에는 적어도 극심한 고통이 있을 것과, 그러한 고통을 개선하고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과 희망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걸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적극적 안락사나 조력 자살이 불법이기 때문에 스위스로 가서 조력자살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고 한다. 몇 천 만원으로 안락한 죽음을 구입한 이들이다.
잭 케보키언 - 죽음의 의사 - [You don't know jack]
알파치노가 주연한 유 돈 노우 잭이라는 영화를 보면 - 죽음의 기계를 발명한 의사 잭 케보키언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그가 고안한 장치 역시 조력 자살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안락사의 종류
안락사의 종류는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1.적극 & 소극
적극적 안락사는 약물 주입, 독극물 주입 등 의사의 적극적인 행위로 생명을 끊는 것
소극적 안락사는 치료를 중단하거나 인공 연명 처치를 중단하여 생명을 끊는 것이다.
2.자발, 비자발, 반자발
자발적 안락사는 환자의 자발적 의사를 근거로 안락사를 진행하는 것이고
비자발적 안락사는 환자가 의식이 없어 그의 의사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그의 의사를 가족들이 대신 결정하는 것이다.
반자발적 안락사는 환자의 의사에 반해서 이루어지는 안락사다. 즉 환자는 죽고싶지 않은 데 안락사가 이루어지는 경우로, 이는 결국 살인이다.
안락사가 금지되는 이유
1.악용의 가능성
- 암살의 도구가 될 수 있다.
- 자살의 도구로 남용될 수 있다.
2.환자에게 무언의 압박을 가함으로써 그의 의사에 반하여 안락사가 이루어질 수 있다.
특히 생활과 윤리나 철학적 관점에서는 자살과 안락사의 경계를 어디에 둬야 할지가 문제고 어려움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극심한 고통과 그것의 개선 희망이 없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조건을 여러 국가들에서 설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때 언급되고 있는 극심한 고통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이며, 개선의 여지라는 것도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호한 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나아가 육체적 고통을 근거로 안락사를 허용할 수 있다면, 정신적 고통을 근거로 안락사를 허용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생각도 들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사람들은 육체적 고통이 더 고통스러운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것도 경우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안락사 - 소극적 안락사 - 연명의료결정제도
2018년부터 시행된 연명의료결정제도라는 제도를 통해 우리는 미리 살아 생전에 나중에 우리의 죽음의 상황에서 연명치료를 어느 정도까지 받고자 하는지를 결정할 수 있다. 가까운 보건소에 가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다. 그래서 만약 나중에 내가 혼수상태가 되었을 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음의 의사를 밝힐 수 있다.
물론 이걸 작성하지 않아도 가족들이 내 의사를 대신해서 결정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가족들 입장에서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도 상당히 심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당사자가 미리 이런 고민을 처리해 둔다면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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