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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중등 임용 2차 후기 1부(심사위원의 관점-수업 실연)

by 통합메일 2023.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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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23년 1월 18~19일에 걸쳐 중등 임용 2차 수업 실연 및 교직 인성 적성 면접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이에 대한 후기를 간단히 남깁니다.

 

응시자의 후기는 꽤 많지만 심사위원의 후기는 당연히 별로 없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그나마 오마이뉴스에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작성된 기사가 하나 있군요.

 

임용고시 2차 시험, 이대로 괜찮은걸까?

단기간에 점수로 평가받는 판에 박힌 듯한 2차 시험

www.ohmynews.com

공감가는 내용이 많습니다.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것은 10월 말이었다.

 

아주 예전에 함께 업무를 진행했던 장학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거의 7년 만의 연락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의아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간단히 안부를 전하고는 곧바로 본론이 나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임용 2차 심사위원 위촉 건이었다. 이런 날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오리라고 생각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굉장히 귀한 기회였기 때문에 흔쾌히 수락했다. 약간 엎드려 절 받는 기분으로 수락한 것이었다랄까 ㅎㅎ

 

메신저를 통해서 인적사항 등의 서류를 간단하게 작성해서 보내고 방학을 하고, 1월 18일이 되었다. 며칠 전부터 문자 메시지가 날라왔다.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것을 타인에게 발설하지 말라는 주의사항과 함께였다. 시험 당일에 7시 50분까지 입실 등록을 하라고 한다. 굉장히 이르구나.. 다행히 시험장이 집 근처였기 때문에 출근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막상 출근을 해보니 수험생들과 감독관&평가위원들의 차량이 뒤엉켜서 시험장 일대가 아비규환이었다. 수험생의 차량은 시험장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감독관의 차량만 진입할 수 있게 해놓았는데도 그 모양이었다. 첫날은 약간 지각을 했지만 그래도 주차를 할 수는 있었고, 둘째날은 아예 인근의 다른 곳에 주차를 해두고 시험장 까지의 1km 정도의 거리는 카카오 바이크를 타고 이동했다. 아주 쾌적했다. 처음부터 이렇게 할 걸 그랬다.


평가위원 대기실

출근을 하면 일다은 감독관 대기실로 들어가게 되는데, 시험장으로 지정된 학교의 시청각실이었다. 작은 소강당의 공간에 약 100명 정도의 평가위원들이 앉아 있었다. 평가실 당 다섯 명의 평가위원이 지정되었고, 평가과정을 진행하는 감독관이 세 명인가 다섯 명씩 배치되었다. 평가위원은 교사고 감독관은 교육공무직 같았다. 다섯명의 평가위원은 교장급 교감급을 주축으로 장학사나 교사를 더 하여 구성하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하는 한편 남녀의 비율도 2:3이나 3:2 정도로 맞추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평가를 하다보니까 성별에 따른 호감도가 상당히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이것도 꽤 중요해 보였다.

 

아무튼 그 대기실에서 간단한 안내사항을 전달받았다. 이른 아침이기 때문에 요기할 거리로 간식이나 김밥 같은 것들이 제공되기도 했다. 역시 나랏돈 쓰는 데에는 먹을 것이 가장 좋다. 먹어 치우는 게 제일 깔끔한 것이다. 안내사항 설명이 끝나면 지정된 평가실로 이동했다. 평가위원들들 각자 A, B, C, D, E라는 번호가 부여됬는데 교장급이 A이고 가장 막내 교사가 E였다. 나는 첫 날에는 우리 전공 수업 실연 평가실에서 E 평가위원이었다. B는 어느 학교 교감선생님이셨고, C는 제법 원로교사셨고, D는 장학사 발령을 앞두고 계셨다.


평가실 갔다가 협의

평가실에는 다섯 명의 평가위원과 한 명의 감독관이 배석한다. 감독관의 역할은 수업 실연이 시작하면 타이머를 누르고, 실연이 시간을 초과할 경우 실연을 중단시키는 것이며, 실연이 끝나면 칠판의 판서를 지우고, 수험생의 지도안을 회수하는 그런 일을 했다. 그러니까 수험생은 평가실에 들어올 때 배부받은 실연 문제+자료와 본인이 작성한 지도안을 가지고 들어와서 수업 실연을 한 뒤에 나갈 때 그것을 제출하고 나가는 것이다.

 

평가위원들은 왼쪽부터 A, B, C, D, E 순서대로 앉았다. 예전에 내가 시험 볼 때는 평가위원장이 가운데 앉지 않았나 싶었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다. 평가실에 들어온 것이 8시 10분 정도 되었던 것 같고, 곧바로 협의를 하러 이동했다. 무슨 협의냐하면 우리 전공의 응시자가 스무 명이 넘다보니 한 팀으로 운영되는 게 아니라 두 팀으로 나눠서 운영되기 때문에 A평가실과 B평가실로 나뉘어져 있었다. 우리는 B 평가실이었고 일단은 A평가실로 이동해서 대략의 평가기준과 방침을 협의한 다움에 평가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일단은 다 이동했는데 당연히 나 같은 쪼렙이 나설 일은 없고, 왕고라고 할 수 있는 A평가실 교장선생님과 B평가실 교장선생님이 주도적으로 평가 방침을 제안하면 나머지 위원들이 거기에 따라가는 방식이었다. 뭐 근데 그렇게 결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 그 분들의 연륜과 경험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방침을 들어보니 임용 2차에서 결과적으로 큰 차이가 나기 힘들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날 내가 평가한 십여 명의 응시자들 중에는 다른 응시자들과 꽤 점수 차이가 발생할 만한 이들도 있었다. 즉 어지간하면 큰 차이는 안 나지만, 그 허용 범위에서 벗어나는 순간 심사위원들은 잘 걸렸다는 생각을 가지고 아주 반갑게 감점을 하게 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시 평가실

협의를 마치고 다시 우리 평가실로 돌아와서 다들 입 꾹 다물고 바쁘게 문제를 검토했다. 어쩔 수 없고 당연한 것이지만 평가위원들도 평가 당일에서야 문제를 보게 된다. 그런데 어떻게 평가를 해야 할지에 대한 재량의 범위가 생각보다 꽤 넓었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그 범위가 아뜩할 정도였다.

 

과연 내가 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마지막까지 남기도 했다. 결국에는 본의 아니게 상대평가적인 관점이 반영되기도 하는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나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고, 이렇게 수업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 이 사람은 왜 이렇게 하는 걸까?의 관점에서 평가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가장 확실하게는 문제에서 분명히 지시한 사항이 있는데 이것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부분들도 적지 않았고, 가급적이면 그런 부분의 측면에서 채점하는 걸 선호하게 되는 구조였다는 기억이다.

 

이게 내 손으로 적고 나서도 참 말이 애매모호한데 현실이 그렇다. 평가기준표도 다분히 좀 추상적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실연을 어떻게 분석할 것이며, 평가기준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따라서 많은 차이가 발생하리라. 그렇다보니까 최종 계산을 함에 있어서도 최고 점수와 최하 점수를 배제하고 나머지 점수들의 평균을 가지고 최종 채점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채점은 가채점지에 먼저 체크해서 작업을 한 다음 최종적으로는 OMR카드에 컴퓨터용 싸인펜으로 마킹으로 해서 제출하는 방식이다. 제출한 다음에는 평가본부에서 잘 마킹이 되었는지 이중으로 검토하는 작업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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