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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9

선량한 차별주의자-7장. "내 눈에는 안 보였으면 좋겠어." 말하자면 장소가 틀렸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광장이나 공원이나 거리는 '퀴어'가 있을 자리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럼 퀴어의 자리는 어디인가? 아고라는 '불평등한 자'의 존재를 조건으로 한 평등의 장소였다. 한나 아렌트는 아고라에서의 정치적 평등이 사적 영역에서의 엄격한 위계와 지배를 전제로 했다고 말한다. 가장이 아고라에서 누리는 자유를 위해 사적 영역인 가정은 희생되어야 했다. 성별, 장애, 나이,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국적, 출신 민족 등 개인의 특성들은 아고라에 입장하기 위한 기표로 작동한다.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이 기표에 따라 입장 여부가 결정된다. 누군가는 그 기표 때문에 입장을 거절당한다. 그리고 사적 영역에 남도록 돌려보내진다.(지난 대선에서 광장에 대한 문재인의 인.. 2021. 1. 20.
선량한 차별주의자-6장. 쫓겨나는 사람들 한국에서는 대중시설의 주인이 인종, 피부색, 종교, 출신국가 등을 이유로 손님을 거부해도 아무런 규제가 없다. 어떤 사우나는 아예 '내국인 전용 찜질방'으로 영업한다고 한다. 누구든 손님을 거부할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 인종분리주의자였던 롤스턴이 원하던 그 사회는 정말 정의로운 것일까? 노키즈존, 노스쿨존, 노장애인존 손님에게 예의를 지켜달라고 요구해도 된다고 해서 어떤 손님이 이를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예 특정 '집단'을 거부해도 괜찮은 걸까? 단체 체벌은 책임이 없는 사람을 처벌하는 불합리한 제도이고, 잘못이 있는 사람에게도 지나친 형벌이다. 누군가가 문제가 있었다고, 그 집단 모두에게 연대책임을 지울 수 있을까? 왜 어떤 집단은 특별히 잘못이 없어도 거부되는데, 어떤 집단은 개별적으로만 문제삼고.. 2021. 1. 20.
선량한 차별주의자-8장. 평등은 변화의 두려움을 딛고 온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모두의 권리이다. 하지만 이 권리를 행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감각은 자신이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 입장이 바뀌면 사람들의 반응은 달라진다. 격렬한 시위를 통해 민주주의를 이룩한 역사와 별개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을 방해하는 다른 사람들의 집회와 시위를 공공질서에 해로운 행위라고 본다. 헌법은 집회와 결사의 자유 등 기본권을 보장하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한정하지만 말이다. 개인의 기본적 권리가 공공질서를 위해 제한될 수 있다는 이 .. 2021. 1. 20.
선량한 차별주의자-4장.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비는 이유 흑인 분장은 개그가 될 수 있을까? (이 사건으로 네티즌들과 샘 오취리 사이에 논쟁이 있던 것 같은데 그 이후 그는 어떻게 됐을까?) 샘 오취리 (예전에도 우리 사회의 주된 개그코드 중에는 흑인을 비하하는 것들이 많았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오늘날 중요한 변화의 하나는 그런 개그가 "웃기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는 것이다.(아예 그런 개그가 사라지는 게 옳겠지만, 그래도 그런 개그에 동의하지 않고 웃지 않는 이들이 나타난 것만으로도 희망을 목격할 수 있겠지.) 유머는 사회적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웃음은 그들에 대한 일종의 조롱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우월성 이론이라고 한다. 우월성 이론에 따르면 자신의 위치에 따라 같은 장면이 웃기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 2021.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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