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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선량한 차별주의자-5장. 어떤 차별은 공정하다는 생각

by 통합메일 2021.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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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유 세트, 여사님, 목줄>

수원시 인권센터는 이 "여사님"이란 호칭이 비정규직을 낮추어 부르는 말로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수원시는 '실무관'으로 분리하려는 입장을 취했다가 또다시 비판을 받았다.

 

식용유 세트, 여사님, 그리고 사원증 목줄. 모두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는 방법이다. 왜 이렇게 구분을 하려는 걸까?(중략) 재정적인 이유가 없을 떄에도 사람들은 애써 구분을 한다. 구분이 목적인 구분이다.

 

(이 부분까지는 분명히 책을 읽는 나도 의아하다. 다른 걸 다르게 대우하는 게 왜 문제란 말인가?)


 

<차별이 공정하다는 생각>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 임금의 64~65퍼센트 수준에 불과했다.(중략) 정규직이라고 모든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정규직과 비교했을 때 비정규직의 보장 비율이 현저하게 낮았다.

 

이에 대한 설명으로 어떤 사람들은 차별이 '공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중략) 정의란 누구든 똑같이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이룬 성과만큼 차등적으로 대접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것은 같게" 대우하는 만큼,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해야 한다는 논리로 보면 비정규직에게 정규직보다 조금 저렴한 선물을 주는 이유, 비정규직을 정규직과 똑같이 '주무관'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 사원증 목줄을 굳이 다른 색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도 간단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애초에 다르고, 따라서 다르게 대우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능력과 노력에 따라 달리 대우해야 한다는 생각, 능력주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공정함이자 정의이다.

 

능력주의는 "누구나 능력 있고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는 믿음이다. 누구든지 노력과 능력으로써 높은 지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사회적 지위가 낮은 책임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개인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계층의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지기만 한다면 평등한 사회라고 여긴다. 능력주의에 따르면 계층이 존재한다는 사실, 즉 불평등한 구조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경쟁에서 쏟은 노력을 보상하기 위해 차등적으로 대우해야 정의로운 사회다.

 

능력주의는 노력한 만큼 이룰 것이라는 희망을 주는 간명하고 직관적인 신념체계다. 사람들은 이 신념체계를 뒷받침하는 이야기에 매혹된다.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 시대의 영웅이 되는 서사는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다. 능력주의에 대한 믿음 때문에 사회는 무언가를 성취한 사람에게 각별한 존경심을 보낸다.

 

(여기까지 읽고도 좀처럼 납득이 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일에는 차이가 있지 않은가? 일단 책임감이 다르지 않은가?)


<편향된 능력주의>

존 롤스가 말하는 무지의 장막

 

채용기준에서 토익 점수의 경우, 자신이 청각장애인지 아닌지 모르는 상태라면 당신은 어떤 규칙을 채택하겠는가?

만일 토익 점수가 해당 업무에 꼭 필요한 능력이라면, 이 채용기준이 불합리하다고 말할 수 없다.

 

모두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만 하면 공정할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차별이 된다.

(그렇다면 애당초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따로 뽑는 그 시점에서부터 공정한 경쟁이 실현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능력주의를 표방하는 사람이 더 불공정할 수 있다니 왜일까? 자신이 편향되지 않다고 여기는 착각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믿을 때 자기확신에 힘입어 더 편향되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편견에 고삐가 풀리는 것이다. (중략) 자신이 공정하다고 믿기에 더욱 편향되게 행동하는 이 현상을 카스티야와 버나드는 "능력주의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능력은 하나가 아니며 전부도 아니다>

이런 편애가 아예 제도화되기도 한다. 2009년 국가인권위원회에는 고등학교 우열반 편성이 성적이 낮은 학생들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진정이 접수되었다.

 

성적이 다르니 다르게 대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에는 오해가 있다.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명제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대하면 불평등이 생긴다는 의미로서는 타당하다. 청각장애인에게 영어듣기능력을 요구하는 것이 불평등한 것처럼 말이다. 그것이 아니라 성적이라면 획일적인 평가기준으로 순위를 갈라 우월함과 열등함을 구분하여 한편에는 존중과 지원을, 다른 편에는 무시와 박탈을 주어야 한다는 뜻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보상이 합리적인 수준을 넘어 승자가 모든 기회와 존경을 독식하고 패자는 모든 모멸과 배제를 감수하도록 만드는 것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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